2025년,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 최대의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가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와 1위를 다투는 이 거대 제조사는 한국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등장은 단순히 선택지의 다양화를 넘어서, 국내 전기차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BYD가 한국에서 출시한 주요 모델과 가격, 중국 및 해외 시장과의 가격 비교, 보조금 정책에 따른 실구매가, 시장 반응, 나아가 BYD가 현재 직면한 위기까지 심층적으로 다루며 한국 전기차 시장이 처한 새로운 현실을 조망해보겠다.
BYD의 한국 판매 모델과 가격 현황
2025년 6월 현재, BYD가 한국에 공식 출시한 전기 승용차는 총 3종이다. 각 차량은 세그먼트별로 고르게 배치되어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모델명 | 차량 유형 | 가격(보조금 전) | 실구매가(보조금 적용 시) | WLTP 주행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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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3 (Atto 3) | 준중형 SUV | 3,150만~3,330만 원 | 2,900만~3,170만 원 | 약 321~420km |
돌핀 (Dolphin) | 해치백 | 2,600만 원대(예정) | 미정 | 약 340km |
씰 (Seal) | 중형 세단 | 4,290만~5,250만 원 | 미정 (7월 출시 예정) | 약 520km |
이 외에도 중형 SUV인 씨라이언7(Sealion 7)이 2025년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모델은 세부 제원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BYD의 전략적 라인업 확장의 일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토3는 출시 17일 만에 수입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하며 빠르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돌핀과 씰 역시 출시 전부터 가격 대비 성능으로 소비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의 가격 비교
BYD의 강점은 단연 ‘가성비’다. 하지만 같은 모델임에도 국가별로 가격 차이가 크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가격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의 가격은 1,000만 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가 | 아토3 판매가 | 보조금 적용 후 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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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약 1,900만 원 | 약 1,900만 원 (보조금 포함) |
한국 | 3,150만~3,330만 원 | 2,900만~3,170만 원 |
일본 | 약 4,200만 원 | 국가별 상이 |
이러한 차이는 관세, 부가세, 인증비용, 물류비용 등이 반영된 결과다. 중국에서는 여기에 현금 지원, 무이자 할부, 부품 평생 보증 등 추가 혜택이 더해지기 때문에 소비자 만족도가 더 높은 편이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왜 같은 차량을 더 비싸게 사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도 맞물려 민감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보조금과 실구매가, 국산차와의 경쟁 구도
한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BYD의 국내 진입 장벽을 상당 부분 낮추고 있다. 아토3의 경우, 보조금 적용 시 2,900만~3,170만 원대의 실구매가로 책정되어, 국산차와의 비교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다.
모델 | 가격(보조금 적용) | 비교 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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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3 | 2,900만~3,170만 원 | 기아 EV3 (3,995만 원) |
캐스퍼 EV | 2,740만 원 | 경형 전기차 |
레이 EV | 2,775만 원 | 경형 전기차 |
BYD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이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이유로 일부 보조금 항목에서 불리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BYD의 가격 전략과 국내 시장 파급 효과
BYD는 ‘가성비’를 넘어선 ‘가격 파괴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토3는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을 깨고, 3,000만 원 중후반대가 아닌 3,000만 원 초반의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이는 국내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직접적인 압박이 되었고,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
BYD는 기본적인 품질 보증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본 보증 6년/15만km, 고전압 배터리 8년/16만km라는 조건은 국내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주요 도시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빠르게 확충하고 있어, A/S 신뢰도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시장의 반응, 기대와 우려의 공존
BYD의 한국 진출 100일을 기점으로 한 성적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젊은 세대와 30~40대 실속파 소비자들이 주요 구매층으로 부상하면서, ‘합리적 소비’라는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중국산’에 대한 선입견, 전반적인 브랜드 신뢰도 부족, 서비스망의 불균형, 배터리 용량 및 주행거리 아쉬움 등이 그것이다. 특히 중국 내수 가격 대비 높은 국내 판매가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으며, 보조금 정책의 형평성과 정부의 정책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BYD의 위기 – 화려한 외면 뒤의 내실 불안
한편, BYD는 자국 내에서 76조 원에 달하는 어음 미지급 문제와 출혈 경쟁에 휘말리며 심각한 경영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비야디는 디지털 어음 시스템인 ‘디렌(DEAN)’을 통해 자체적으로 어음을 발행하며 협력사 대금 지급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 어음은 은행 보증 없이 BYD가 단독으로 발행하고 기록하며, 만기일도 최대 1년에 이른다.
이는 사실상 만기 돌려막기 구조로 해석되며, 기업 신뢰도 하락과 협력사 연쇄 피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대금 지급을 1년 뒤에야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산업 전반의 유동성을 위협하고 있다.
과잉 생산과 재고 위기
BYD는 2024년 한 해 동안 엄청난 규모의 생산 설비를 증설했다. 3개월간 월 생산능력 20만 대 증가, 20만 명 신규 고용, 연간 수백만 대 규모의 공장 가동 등은 ‘공급 과잉’을 부채질한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중국 내수 시장의 소비 위축, 해외 시장 확장의 더딤 등으로 인해 팔리지 못한 재고가 창고에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조짐이 보인다. 2025년 5월 한 달간 BYD의 국내 판매량은 500대에 그쳤으며, 이는 동일 시기 **기아 EV6(1,866대), 현대 아이오닉5(1,255대)**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치다.
출혈 경쟁과 가짜 중고차 시장
BYD는 과잉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 34%의 할인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중국 전기차 업계 전반의 가격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 체리, 지리, 샤오펑 등 주요 업체들도 두 자릿수 할인에 나섰으며,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0km 중고차 현상이라는 기형적 유통이 등장했다. 이는 출고된 신차를 단 한 번도 운행하지 않고, 중고차로 재등록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신차 가격 급락과 소비자 신뢰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개입과 전기차 시장의 불안
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시골 전기차 보급 확대, 충전 인프라 강화, 보조금 정책 유지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과잉 공급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단순히 중국 내 문제를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 전체를 뒤흔드는 문제다. 중국의 공급 과잉은 전 세계 전기차 가격 인하를 부추길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전기차 산업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BYD의 한국 진출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 분명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더 많은 선택지, 낮아진 진입 장벽, 제조사 간 경쟁 유도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BYD가 안고 있는 위험 요인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만이 아닌, 브랜드 신뢰도, A/S 품질,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단기적인 할인보다 지속 가능한 시장 전략과 책임 있는 경영 구조를 수립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BYD를 중심으로 한 중국발 변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영향을 미칠 것이며, 우리는 그 파동 속에서 더 나은 소비자 선택과 산업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