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의 대표적 관광 명소가 될 뻔했던 남원테마파크가 현재 운영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수백억 원의 혈세 낭비 논란이 전국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업 실패를 넘어서, 정치적 대립과 행정 연속성 부재가 어떻게 지방 발전을 저해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이환주 시장이 추진한 사업을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경식 현 시장이 중단시키면서, 같은 당 내에서도 정책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지방정치의 한계가 드러났다.
425억 원의 꿈과 현실
남원테마파크는 2022년 8월 개장 당시 425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관광 시설이었다. 광한루원 일대에 모노레일, 짚라인,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레저 시설을 갖춘 이 테마파크는 남원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장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일부 시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사업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환주 전 시장(민선 5·6·7기 3선)이 당시 남원시는 광한루원 일대에 모노레일, 루지, 집라인 등의 레저시설을 갖춘 테마파크 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5월에는 남원테마파크(주)가 총 투자비 330억 원 중 20%에 해당하는 66억 원의 자본금을 출자하기로 하고 민간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이때부터 시의 지급보증을 토대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공사에 착수했다.
같은 당 내에서도 갈등, 시장 교체와 함께 시작된 정책 대립
문제는 2022년 지방선거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최경식 현 남원시장이 취임하면서 같은 당 소속 전임 이환주 시장이 추진한 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에 나선 것이다. 최 시장은 개장 전부터 이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결국 민간사업자와의 협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대립으로 인한 정책 단절은 서로 다른 정당 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원테마파크 사건은 같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발생한 갈등이었다. 이는 지방정치에서 개인적 견해나 지역 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당론이나 정책 연속성보다 우선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이러한 결정은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남원테마파크 측은 남원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금융대주단도 별도의 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특히 2024년 8월, 전주지법 남원지원은 남원시가 금융대주단에게 408억 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남원시에게 치명적인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논쟁의 핵심 쟁점들
1. 사업 타당성 문제
최경식 시장 측은 이 사업이 애초부터 사업성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고, 남원 지역의 관광 수요를 과도하게 예상했다는 것이 주요 논리다. 또한 사업비 부풀리기와 부당 계약 의혹도 제기되었다. 실제로 개장 후 예상보다 낮은 방문객 수를 기록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었다는 것이 현 시장 측의 입장이다.
2. 행정 연속성과 신뢰성 문제
반대편에서는 전임 시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한 사업을 새로운 시장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미 상당한 공사가 진행되고 투자금이 집행된 상황에서 협약을 파기하는 것은 행정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결국 시민들이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민간투자자와 금융기관의 신뢰를 잃으면서 향후 남원시의 다른 민관협력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 같은 당 내 정치적 갈등의 피해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치에서 당적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색깔이나 지역 내 세력 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국적으로 보면 당론에 따라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방정치에서는 단체장의 개인적 판단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4. 민관협력사업(PPP)의 구조적 문제
남원테마파크 사업은 민관협력사업의 위험성도 드러냈다. 민간이 투자하고 운영하되 지방정부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구조에서, 사업이 중단될 경우 결국 공공이 모든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이는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채택하고 있는 PPP 방식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다.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
2024년 현재, 남원테마파크는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408억 원의 배상 판결에 대해 남원시는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법적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다. 만약 최종적으로 배상 책임이 확정된다면, 인구 7만여 명의 남원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완공된 시설들이 방치되면서 추가적인 유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425억 원을 투입해 만든 모노레일, 짚라인 등의 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투자 대비 효과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특히 기계적 시설들의 경우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빨리 노후화되는 특성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복구 비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방 발전과 정치적 갈등의 교훈
남원테마파크 논쟁은 여러 가지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첫째,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정치적 연속성의 중요성이다. 특히 같은 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단절된 남원의 사례는 지방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체될 때마다 기존 사업이 백지화되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사업의 타당성 검토는 추진 단계에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며, 일단 시작된 사업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민관협력사업(PPP)의 위험성 관리 필요성이다.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공공사업을 추진할 때는 계약 조건과 위험 분담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지급보증과 같은 공공 부담 요소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남원의 경우 민간이 투자했지만 결국 공공이 모든 손실을 부담하게 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
셋째, 지역 관광 개발에 대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규모 시설 투자보다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원의 경우 춘향전과 광한루 등 훌륭한 문화적 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인위적인 시설에만 의존하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사례들과의 비교
남원테마파크 사건은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서 유사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의 경우도 지방정부의 지급보증 문제로 큰 논란이 되었고, 여러 지역의 케이블카나 모노레일 사업들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남원의 경우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의 유사 사례들이 보수-진보 간의 정치적 대립에서 비롯된 반면, 남원은 같은 당 내에서도 정책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지방정치의 특수성, 즉 중앙정치와는 다른 지역적 역학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관광 수요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정치적 고려가 사업 타당성 검토보다 우선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민간투자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실질적인 위험은 공공부문이 떠안게 되는 구조적 문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과 여론
남원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복합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언론을 통해 나타나는 여론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반응이다. “전현직 단체장과 시의회 등 위정자들의 무능이 남원을 망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 상인들은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이 크다. 광한루원 일대 상권은 테마파크 개장으로 인한 관광객 증가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운영 중단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한 지역 상인은 “테마파크가 생긴다고 해서 가게를 새로 꾸미고 투자했는데, 이제 빚만 남았다”며 한탄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현 시장의 결정을 지지하며, 무리한 사업 추진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애초에 사업성이 없는 사업을 추진한 것이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중단한 것이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을 떠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결국 세금으로 배상해야 할 상황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분노하고 있다. 특히 40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배상금이 확정될 경우, 남원시의 재정이 파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제언
행정학과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남원테마파크 사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한 지방행정 전문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너무 강한 반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며 “대규모 사업의 경우 단체장 개인의 판단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민관협력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민간이 투자하고 공공이 보증하는 구조에서는 민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위험 분담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해결 방안과 대안
남원시는 현재 여러 가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법적 대응을 통해 배상 규모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는 “사업자 측의 계약 위반이나 부실 시공 등의 문제점을 찾아 배상 책임을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도 찾고 있다. 가능한 대안으로는 시설 운영권을 다른 업체에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방안, 공공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안, 또는 시설 일부를 철거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계적 시설들의 경우 장기간 방치되면서 상당한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재가동을 위해서는 대규모 보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중앙정부나 전북특별자치도의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원시 단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손실이기 때문에, 상급 기관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제도 개선 방안
남원테마파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첫째,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 검토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토 기구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둘째, 민관협력사업의 위험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위험 분담 구조를 명확히 하고, 공공 부문의 과도한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장 교체 시에도 사업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다음 임기까지 연속성을 보장하는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넷째,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사업에 대해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적인 검토 능력을 갖추고, 보다 적극적인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남원테마파크 논쟁은 단순한 관광 사업의 실패를 넘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중요한 사건이다. 특히 같은 정당 소속 단체장들 간에도 정책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지방정치의 특수성과 한계를 보여준다.
이 사건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지방정치에서도 개인적 이해득실을 넘어선 지역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개인적 견해 차이가 있더라도, 지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은 민관협력사업의 위험성과 대규모 공공사업 추진 시의 신중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단기적인 성과나 가시적인 업적에 치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원시민들이 겪고 있는 이 고통스러운 경험이 헛되지 않으려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지역에서는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원테마파크의 교훈이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남원시가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아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치적 갈등은 접어두고, 모든 관련자들이 지혜를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