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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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로,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이 책을 중심으로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그 속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싱아’라는 단어의 의미

먼저, 책 제목에 등장하는 ‘싱아’라는 단어부터 살펴볼까요? 싱아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야생 식물로,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익숙한 간식거리였다고 해요. 특히, 싱아를 먹으면 입안에 퍼지는 새콤달콤한 맛이 어릴 적 기억 속에 깊게 남아있다고들 하죠. 작가는 이 싱아를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행복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했어요. 주인공 ‘나’가 박적골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싱아를 실컷 먹으며 보낸 어린 시절은 그녀에게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기로 그려집니다. 마치 싱아를 먹으며 느낀 그 새콤달콤한 맛이 그녀의 유년기 전체를 나타내는 것처럼 말이죠.

서울 생활에서의 상실감

007.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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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어머니의 교육열에 의해 박적골을 떠나 서울로 이주하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큰 변화를 겪게 되죠. 서울에서의 생활은 시골과는 달리 너무나도 차갑고 낯설었어요. 서울의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주인공은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고, 고향 박적골과 싱아를 그리워하게 돼요. 서울의 거리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싱아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주인공이 잃어버린 순수함과 행복의 상징으로 다가와요. 그녀에게 싱아는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그리운 과거의 조각이자,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상징이었죠.

격동의 시기를 지나며

이 책은 단순히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로 끝나지 않아요. 일제강점기, 해방, 6.25 전쟁을 겪었던 우리의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박완서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단지 외부적인 배경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묘사했어요. 예를 들어, 서울에 남아 피난을 가지 못했던 시절을 ‘벌레의 시간’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매우 인상 깊죠. 전쟁 속에서 아무런 힘도 없이 그저 숨죽이고 살아남아야 했던 그 시절을, 작가는 벌레처럼 초라하고 무력한 존재로 묘사했어요. 이 표현은 당시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면서도,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처절한 생명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어머니와 딸, 세대 간의 갈등

이 소설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어머니의 모습이에요. 그녀는 딸을 ‘신여성’으로 키우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큰 부담을 느끼게 되죠. 어머니는 교육을 통해 딸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주인공은 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점점 더 고향과 싱아를 그리워하게 돼요. 이 갈등은 그 시기 많은 가정에서 공통적으로 겪었을 법한 세대 간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머니는 새로운 시대의 여성으로 딸을 성장시키려 했지만, 딸은 그 기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결국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 커져갔죠.

개인의 이야기, 역사의 증언

이 책에서 중요한 또 다른 주제는 ‘글쓰기’예요.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남김으로써, 단순한 회고를 넘어 자신의 삶을 재해석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어요. 그녀에게 글쓰기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도구이자, 자신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시간에 대한 복수의 수단이기도 했죠. “벌레의 시간”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녀는 그 시간들을 글로 남겨 증언함으로써 그 시간을 극복하고자 했던 거예요. 이처럼 박완서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개인의 이야기를 역사 속에 새겨넣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려 했어요.

우리 주변의 ‘싱아’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에게도 ‘싱아’ 같은 무언가가 있을까? 어린 시절 순수함을 상징하는 그리운 무언가 말이에요. 싱아는 단순히 자연 속에서 얻은 간식거리가 아니라, 잃어버린 순수함과 행복을 상징하는 존재로 다가와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런 추억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네요. 아마도 현대 아이들은 각자만의 ‘싱아’를 가지고 있겠죠. 게임, 장난감, 혹은 친구들과 놀았던 추억 속에서 그들이 그리워할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역사를 통해 배우는 현재와 미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과거를 되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우리의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가 겪어온 삶의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요.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우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되죠. 그리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싱아’는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묻고 싶어요. 여러분에게는 어떤 ‘싱아’가 있나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행복을 상징하는 그리운 무언가가 있을까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 떠올리게 되는 어떤 특별한 기억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기억이 현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이 책이 주는 따뜻한 향수와 깊은 통찰을 여러분도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