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견과류,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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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견과류,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어도 될까

우리가 건강을 위해 즐겨 먹는 식품 중 하나가 바로 ‘견과류’입니다. 아몬드, 호두, 캐슈넛, 피스타치오처럼 작은 알맹이 하나하나에 영양이 꽉 들어차 있어, 하루 한 줌이면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문제는, 견과류는 한 번 구입하면 꽤 많은 양이 들어있기 때문에, 다 먹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문득 주방 구석을 정리하다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견과류를 발견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까운데, 그냥 먹어도 괜찮을까?” 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견과류를 먹어도 되는지, 또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과학적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꼼꼼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유통기한’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곧바로 상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유통기한은 제조사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합니다. 즉,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지, 그 날짜가 지나자마자 먹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소비기한은 ‘이 날짜가 지나면 섭취했을 때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소비기한은 식품의 안전성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요.

[진실] 견과류,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어도 될까
[진실] 견과류,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어도 될까
그렇다면 견과류는 어떨까요? 대개 포장지에는 ‘유통기한’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즉,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다고 해서 바로 폐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견과류 특유의 특성과 보관 상태에 따라, 먹을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집니다.


견과류는 왜 상할까? ‘산패’가 핵심입니다

견과류를 생각하면 ‘건조한 식품이니까 오래 갈 것’이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실제로 수분 함량이 낮아 세균 번식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견과류는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식품입니다. 아몬드의 경우 약 50%, 호두는 60% 이상이 지방입니다.

이 지방이 공기, 특히 산소와 만나면서 산패(oxidative rancidity)가 일어납니다. 쉽게 말해 지방이 산화되어 맛과 냄새가 변질되고,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산패가 진행된 견과류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 고소한 맛이 사라지고 쓴맛이 난다
  • 기름 냄새가 아니라, 비릿하고 불쾌한 냄새가 난다
  • 색깔이 탁하거나 변색된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산패된 지방이 단순히 맛과 향의 문제를 넘어 건강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화된 지방은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유통기한 지난 견과류, 먹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면 먹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기준을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1. 냄새를 맡아보세요
    신선한 견과류는 고소하고 담백한 냄새가 납니다. 만약 시큼하거나 비릿한 냄새,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절대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맛을 소량으로 확인하세요
    조금만 먹어보았을 때 입 안에 쓴맛이나 이상한 뒷맛이 남는다면, 이미 산패가 진행된 것입니다. 먹지 말고 바로 폐기하세요.
  3. 외관을 살펴보세요
    곰팡이나 변색이 보인다면, 당연히 먹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견과류는 외부에서 곰팡이 포자가 번지기 쉽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곰팡이 독소(마이코톡신)도 우려해야 합니다.
  4. 보관 상태를 고려하세요
    고온다습한 환경에 보관되었다면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품질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냉장 또는 냉동 보관했다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비교적 상태가 양호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은 어떨까?

식품과학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견과류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상태에 따라 섭취 가능하지만, 이상이 감지된다면 절대 먹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장 교수는 인터뷰에서 “견과류의 산패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항산화 성분이 줄어들고, 산패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다. 육안이나 후각으로 확실히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면, 섭취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미국 FDA(식품의약국) 역시 공식 가이드라인에서 “견과류는 장기 저장 시 산패 위험이 커지므로 냉장 또는 냉동 보관이 권장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견과류,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아깝다고 느껴진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맛과 냄새를 반드시 먼저 확인한 뒤에만 가능합니다.

  • 요리에 넣기: 산패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 약간 질감이 바뀌었다 해도 볶음요리, 쿠키, 빵 재료로 사용하면 괜찮습니다.
  • 다져서 사용하기: 고소함이 조금 덜한 견과류는 곱게 갈아 샐러드 토핑, 요거트에 섞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볶아서 풍미 살리기: 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살짝 볶으면 어느 정도 풍미를 복구할 수 있습니다. 단, 이미 산패된 견과류는 볶아도 복구되지 않습니다.

견과류를 오래 맛있게 먹는 보관법

마지막으로, 견과류를 좀 더 오래 신선하게 먹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보관법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밀폐 보관: 견과류는 산소에 민감하므로, 꼭 밀폐 용기에 보관하세요.
  • 냉장·냉동 보관: 1개월 이상 보관할 예정이라면 냉장고에, 3개월 이상이면 냉동고에 넣는 것이 안전합니다.
  • 직사광선 차단: 햇빛에 노출되면 산패 속도가 빨라집니다.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세요.
  • 소량씩 나눠 보관: 한꺼번에 많은 양을 꺼내놓지 말고, 먹을 만큼만 소분해서 사용하면 산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견과류는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이지만,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산패된 경우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더라도 상태가 양호하다면 섭취할 수 있지만, 냄새, 맛, 외관 등을 반드시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버리는 것이, 결국 우리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