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용한 휴가’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상 근무일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시늉만 하며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이 현상은 ‘조용한 사직’에 이어 등장한 또 하나의 ‘조용한’ 시리즈입니다.
‘조용한 휴가’란 무엇인가?
조용한 휴가는 공식적으로 휴가를 신청하지 않은 채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근무 태만을 넘어서 직장인들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3%가 조용한 휴가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경우 70%가 조용한 휴가를 활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근무 형태에 따른 차이도 두드러졌습니다.
조용한 휴가의 실태
조용한 휴가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할까요? 가장 많은 응답은 ‘유튜브 시청, 낮잠 등 휴식’으로 45.9%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은행, 병원 등 개인 볼일 보기'(35.1%), ‘독서, 운동 등 취미생활'(32.4%), ‘국내 및 해외여행'(22.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조용한 휴가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여유로운 업무가 가능한 상황'(71.8%)이었고, ‘유급 휴가 부족'(18.8%), ‘많이 쉬는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15.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조용한 휴가의 방법
조용한 휴가를 즐기는 직장인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업무 프로그램 온라인 접속 상태 유지하기'(56.6%)였습니다. 그 외에도 ‘메신저 알림 신경 쓰기'(51.6%), ‘메신저 및 이메일 발송 예약 설정하기'(16.7%) 등의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조용한 휴가의 배경
변화하는 직장 문화
조용한 휴가 트렌드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직장 문화가 있습니다. 재택근무의 보편화로 인해 업무와 개인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이는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휴식을 모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 변화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업 해리스폴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근로자 중 37%가 ‘상사나 고용주에게 알리지 않고 쉬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X세대나 Z세대의 24%에 비해 높은 수치입니다.
워라밸에 대한 욕구
조용한 휴가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반영합니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가 쉐인 코인은 “팬데믹을 계기로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돌아본 젊은 세대들은 일과 삶의 ‘균형’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며 “이들이 휴가 시간을 더 많이 보낼 방안을 모색하면서 조용한 휴가를 택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용한 휴가의 영향과 문제점
생산성 저하 우려
조용한 휴가가 회사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9%가 조용한 휴가가 회사 생산성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습니다.
윤리적 문제
조용한 휴가는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회사와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행동이 발각될 경우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정한 휴식의 부재
조용한 휴가는 오히려 진정한 휴식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휴가와 달리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직장인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업의 대응
유연한 근무 제도 도입
일부 기업들은 조용한 휴가 트렌드에 대응하여 더욱 유연한 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케이션(Work+Vacation)’과 같은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휴가지에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휴가 문화 개선
또한, 직원들이 공식적인 휴가를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휴가 문화를 개선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휴가 중 업무 연락을 자제하고, 연차 사용을 장려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조용한 휴가의 필요성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
일부 기업들은 조용한 휴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업무 시간 중 개인적인 용무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재택근무 시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는지 등을 명시하여 혼란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
전문가들은 조용한 휴가 현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이를 직장인들의 합리적인 대응 전략으로 보는 반면, 다른 이들은 장기적으로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노동법 전문가인 김모 변호사는 “조용한 휴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것은 근로계약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직장 문화 연구가인 이모 박사는 “조용한 휴가는 현대 사회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직장인들의 자구책”이라며 “기업들이 이를 단순히 규제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용한 휴가의 대안
공식적인 휴가 사용 장려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공식적인 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휴가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휴가 중 업무 연락을 자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유연근무제 활용
유연근무제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적인 용무를 볼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워케이션 제도 도입
앞서 언급한 워케이션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휴가지에서도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회사는 직원들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심리 상담 프로그램 운영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