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이유 중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화’입니다. 말 한마디, 운전 중 끼어들기, 작은 실수 하나에도 욱하는 마음이 들고, 그게 폭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이 정말 강한 걸까요? 아니면, 오히려 그 반대일까요?
심리학자 김주환 교수님의 이야기 속엔 우리가 오랫동안 착각하고 있었던 ‘강함’과 ‘멘탈’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분노가 쉽게 터지는 사람들, 그 마음속엔 사실 ‘두려움’이 있습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멘탈이 강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약한 겁니다.”
처음엔 다소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종종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을 ‘강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교수님은 그 반대라고 설명합니다. 정말 멘탈이 강한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크게 동요하지 않습니다.
즉, 누군가 나를 무시했든 말든, 내가 나 자신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다면 굳이 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화는 자신감이 부족할 때, 이미 마음속에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을 때 더 쉽게 터져나오는 감정입니다.
“맨날 화내고 어떻게 살아요?”라는 반문

우리는 종종 “어떻게 화 안 내고 살아?”라는 말을 합니다.
“그럼 반대로 묻고 싶어요. 맨날 화내고 어떻게 살아요? 그렇게 살면 빨리 죽어요.”
이 말에는 무게가 있습니다. 매일 분노하고, 짜증내고, 누군가를 비난하며 살아가는 삶은 결코 편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는 본래 뇌의 ‘비상 알람 시스템’입니다.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만 울려야 하는데, 요즘 우리는 거의 매일 이 알람을 울리고 삽니다. 그게 바로 문제인 것이죠.
끼어든 차에 분노가 치민다면, ‘내 안의 이야기’를 의심해보세요
잔잔한 호수 위에서 혼자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배가 와서 내 배를 ‘쿵’ 하고 들이받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누가 감히 내 평화를 깨?” 하고 화가 날 수 있겠죠. 그런데 돌아봤더니, 그 배는 ‘빈 배’였습니다. 바람에 떠내려온 것이었죠. 그 순간, 화가 사그라들지 않나요?
이 이야기는 우리가 “누가 나를 무시했다”는 스토리텔링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누군가 차를 끼어들었을 때, “나를 무시한 거야”라고 해석하면 화가 납니다. 하지만 “급했나보다”, “초보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 분노는 일어나지 않죠. 결국 화는 사실, 외부 자극이 아니라 내 해석에서 비롯된 감정입니다.
화를 안 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 나를 존중하는 훈련부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존중을 베풀기 위해선 먼저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기를 존중하는 법보단 스스로를 고치고 채찍질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우리 교육은 “넌 뭐가 부족해”, “이건 왜 못해?” 같은 피드백을 반복하며 자존감을 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는 별로야”라는 자기 비하에 빠지게 되는 거죠. 이런 상태에서는 타인에게 받은 조그마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화가 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존중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와!”를 느껴보세요 ― 존중은 경이로움에서 시작됩니다
자연을 보며 감탄했던 적 있지 않으신가요? 넓은 바다, 높은 산, 밤하늘의 별들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겸손해지고 경외심을 느낍니다. 그 ‘우와’ 하는 감정을 사람에게도 적용해보는 겁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 카페에서 마주친 바리스타, 가족, 친구, 아이들… 모든 사람은 나름의 사연과 역사를 가지고 살아가는 한 편의 우주입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우와’ 하는 마음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존중이 피어납니다.
자기를 향한 연민과 인정이 필요합니다
“나는 잘하고 있어”, “오늘도 수고했어”
이 단순한 말이 어쩌면 자존감 회복의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꾸짖고 몰아세우는 건 오래된 습관일 뿐입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잘해야 사랑받는다”는 조건부 사랑을 학습했고, 그게 공부나 성취의 동기가 되어왔죠. 하지만 진짜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아’라는 감정을 자주 되뇌세요. 처음엔 어색해도 반복하면 조금씩 내면에 뿌리내립니다.
만트라 하나, 당신의 멘탈을 안정시켜 줄 말
화가 날 때, 흔들릴 때, 자신감을 되찾고 싶을 때 이 말을 조용히 반복해 보세요.
“침착하고 차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할 수 있다.”
이 말은 편도체를 안정시키고, 전전두엽(우리의 감정조절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을 활성화시킵니다.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고, 자신감이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화를 안 내는 삶은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화를 줄이려면 먼저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스토리텔링을 인식하고 멈추는 연습, 내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 그리고 타인도 나처럼 소중한 존재임을 기억하는 것.
이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아주 작은 ‘와!’ 하나에서 시작해보세요. 하늘이 예뻐서, 사람이 반가워서, 내가 오늘도 버텨준 게 고마워서.
그렇게 천천히, 화내지 않고 살아갈 힘을 기르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