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0원 정말 되나? (한국 음원의 역사)

한국에서 “유튜브 뮤직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 소문은 결국 소동으로 끝났지만, 이 사태는 여러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K-갈라파고스”라는 현상을 촉발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반감과 한국 토종 음원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그 중 하나였죠. 그런데 갑자기 스포티파이가 한국에서 무료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또 다른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음원 시장은 쉴 새 없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오늘은 “팝의 고향”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일명 ‘왕좌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 그리고 음원 시장의 혼란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적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힘을 잘 못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점유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을 제대로 장악하겠다며 무료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이 무료 요금제는 이용료 대신 광고를 보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사실 이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편화된 모델입니다. 유튜브 뮤직 역시 전 세계에서 무료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고, 많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광고 기반의 무료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이 모델이 잘 정착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왜 한국에서 무료 요금제가 어려웠을까?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무료 요금제가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음악 저작권 협회의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저작권 보호 개념이 굉장히 강한 나라입니다. 음악의 저작권자는 창작자가 될 수도 있고, 레이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허락 없이 음악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협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저작권 관련 가이드라인은 문체부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음원 수익이 발생할 경우 저작권자가 65%, 플랫폼이 35%를 가져가는 “65대 35 법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시도했던 무료 음원 플랫폼, 밀크의 실패

예전에 삼성이 ‘밀크’라는 무료 음원 플랫폼을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무료 요금제를 시도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밀크는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그 당시에도 무료 음원 요금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무료 요금제의 경우, 광고 수익이 저작권료를 충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거죠. 실제로 당시 한국의 광고 기반 디지털 시장에서는 클릭당 비용(CPC)이나 천 뷰당 비용(CPM)이 낮았고, 이로 인해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광고 수익으로 저작권료를 지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무료 음원 요금제는 무리라고 판단되었던 것입니다.

왜 판단이 바뀌었을까? 광고 시장의 변화

그렇다면 왜 불과 2년 만에 이러한 판단이 바뀌게 된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광고 시장의 변화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전통적인 TV 광고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디지털 광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광고 요금이 올랐습니다. 이제는 광고 수익으로도 저작권료를 충당할 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시장의 성장입니다. K-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음악 시장 역시 급성장했습니다. 팝과 아이돌 음악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음악 시장이 전반적으로 커진 것입니다.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과 한국 음악 시장의 변화

음악 저작권 협회 역시 생각을 바꾼 이유는 한국 음악을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뮤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음악을 배급하는 것이 이제는 더 큰 이익이 된다는 점을 깨달은 것입니다. 특히 유튜브 뮤직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저작권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유튜브 뮤직이 현재 한국 음원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멜론을 제친 수치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포티파이가 무료 요금제를 도입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입니다.

국내 음원 플랫폼들의 고난과 변화의 필요성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토종 음원 플랫폼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국내 플랫폼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멜론 차트는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차트에서 아이돌 노래나 트로트 외에는 찾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은 국내 플랫폼을 외면하고, 대신 글로벌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종 플랫폼의 생존 전략, AI와 해외 음원 확보

결국 한국의 토종 음원 플랫폼들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하고, 해외 아티스트의 음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스포티파이의 무료 요금제가 도입되면서, 유튜브 뮤직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 음원 플랫폼들에게도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결합 상품과 음원 서비스의 변화

결합 상품에 포함된 음원 서비스들도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SK텔레콤의 ‘플로’, KT의 ‘지니’, 카카오의 ‘멜론’ 등 결합 상품을 통해 제공되는 음원 서비스들은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독립적인 음원 플랫폼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결합 상품이 아닌 독립적인 음원 플랫폼들은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음원 플랫폼의 미래: 자생력의 중요성

결국 한국의 토종 음원 플랫폼들은 자생력을 키우고, 글로벌 플랫폼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는 음원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모빌리티 서비스, 결제 시스템 등은 여전히 자국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